∙우리가 쓰는 전기는 이미 손실된 에너지
∙전기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고 잊어버리다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가 바닷가로 간 이유는?
∙한국은 2080년에도 핵발전 국가
* 아래의 글은 동영상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I am your energy, 에너지가 뭡니까?
에너지를 논리적으로 정의하면 일을 하는 능력입니다. 일이라고 해서 막노동, 그런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게 다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 펜을 여기서 이렇게 옮기는 것도 일이고요, 소리를 만드는 것도 일이고, 열을 만드는 것도 일입니다. 자동차를 굴리는 것도 일이에요. 이런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에너지입니다.
에너지도 열에너지, 빛에너지, 전기에너지, 화학에너지, 이런 식으로 여러 형태를 띌 수가 있는데요, 에너지끼리는 변환도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게 전기입니다.
전기는 모든 에너지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전기에너지에다 전구를 달면 빛에너지가 됩니다. 스피커를 달면 소리에너지가 되는 것이고. 구리 열선을 달면 열에너지가 되는 것이고 모터를 달면 운동에너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석탄이나 장작을 태우면 생물에너지나 화석, 화학에너지가 열에너지, 빛에너지, 이런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바뀌니까 편리하긴 한데, 문제는 바뀔 때마다 손실이 있다는 점이에요.
전기를 만들 때는 대부분 열을 한 번 거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60% 정도의 에너지는 날아갑니다. 아무리 효율이 좋은 발전소도 마찬가지에요. 60%는 열로 날아가고 나머지 35% ~ 40%가 전기로 바뀌어서 우리집으로 오게 됩니다.
열에너지를 거쳐 만들어지는 전기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사실을 모를까요? 눈에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Plug it and forget it’, 플러그 앤 포겟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전기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고 우리는 잊어버려도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알아서 전기가 공급이 되고 크게 신경 안 써도 되지요. 고지서만 받아보면 됩니다. 심지어 자동이체를 해놓으면 고지서도 안 봐요. 우리는 정말 아무 신경도 안 쓰고 그냥 믿고서 전기를 편하게 쓰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전기의 생산과 수송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얼마만큼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고생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불평등이나 불의의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안 보이게 됩니다.
이번에는 1차 에너지와 최종 에너지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1차 에너지는 자연상태에서 그대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에요. 석탄, 석유, 나무, 지열, 태양, 이런 것들이지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우리가 직접 쓸 수는 없기 때문에 표준화된 형태로 가공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석탄 또는 연료용 석유, 코크스, 전기 이런 것들이 최종 에너지입니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거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우라늄이 나옵니다. 하지만 발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업성이 있지는 않습니다.
여러분, 한국이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가 맞나요? 아닙니다. 한국에도 석유랑 천연가스가 나옵니다.
포항에 가면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있습니다. 옛날에 철도를 경의선 숲길처럼 공원으로 예쁘게 바꾸려고 공사를 하면서 굴착을 했는데 가스층이 나온 겁니다. 그래서 굴착기에 불이 붙어서 계속 타고 있습니다. 몇 년째.
처음엔 ‘타다 꺼지겠지’ 했는데 계속 타니까 ‘그럼 이걸 자원으로 쓸 수 없나’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자원으로 쓸 수 있는 정도의 양은 아니어서 지금은 관광 자원화 되어 있습니다.
포항의 꺼지지 않는 불
한반도 야간위성 사진은 많이 아실 겁니다. 사진속에서 북한은 평양 빼고는 깜깜하고, 남한은 서울 수도권 및 경남 쪽이 밤에도 엄청 밝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어떤 분들은 ‘아우, 북한 불쌍해.’ 이런 생각을 하실 테고, 또 어떤 분들은 ‘남한이 너무 쓸데없이 밝은 거 아니야? 이렇게 밝을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도 하실 수가 있는데 이게 바로 우리가 에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한 장면일 것입니다.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으로 본 북한과 남한
한국의 전력사정은 대충 큰 발전소가 100개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핵발전소는 고리 1호기가 680㎿, 최신형 신고리는 1.4GW에 이릅니다. 아랍에미리트 수출한 것도 그정도 되는데, 그래서 평균 1기가라고 보시면 됩니다.
신고리 발전소
석탄화력발전소도 옛날에는 400W, 600W 였지만 지금은 1GW 정도 됩니다.
이와 같은 발전 용량으로 핵발전소가 25개, 큰 석탄발전소가 6-70개 있는 것입니다. 합치면 대충 100개가 되지요.
또 우리나라에는 가스발전도 있기 때문에 전체 발전소를 풀 가동했을 경우 그 용량이 110GW가 넘습니다. 그래서 동시에 쓰는 전기가 110GW가 넘지 않으면 대정전, 블랙아웃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전력예비율은 한 25% 정도 두고 발전소를 많이 짓고 있습니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현황
그런데 이러한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가 보통 어디 있을까요? 바닷가에 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충남 쪽에 아주 많고, 강원도에도 있고, 삼천포와 여수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핵발전소는 아시다시피 전남 영광, 부산 고리, 경주 월성, 경북 울진 이렇게 있습니다.
왜 바닷가에 있냐? 하나는 냉각수를 쓰기가 좋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반대가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반대도 굉장히 많이 하고, 이주도 하고 그랬습니다. 뉴스에 잘 안 나왔을 뿐이지요.
이렇게 지질학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냥 주민 반대가 적은 곳, 쓰기 편한 곳에 짖다 보니까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것은 수도권이다 보니 고압송전탑이 그만큼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핵발전소의 설비 비중이라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총가동을 전제로 했을 때 설비 비중은 20%에도 못 미칩니다. 실제 전력생산량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인데 가동량은 90%에 이릅니다.
석탄화력은 그보다 덜 가동하고 가스도 덜 가동하기 때문에 사실 핵발전소를 혹사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30% 정도 되는 핵발전소 비중을 2030년에는 23% 정도까지 줄인다고 하는데요, 사실 지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발전소의 설비용량 대비 발전량
신고리 5,6호기 짓고 있잖아요. 이걸 다 지으면 월성 1호기가 폐쇄돼도 핵발전소가 사실 또 늘어나는 것입니다.
아니 정부가 탈원전한다고 그랬으니까 더 없어진 거 아니야? 다 폐쇄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아닙니다. 새로 짓는 핵발전소의 설계 수명이 60년인데,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될 경우 한국에는 2080년대까지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것입니다.
글 :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10년간 에너지 체제의 정의로운 전환과 에너지 민주주의를 연구했고 에너지 전환, 도시정치, 대중교통, 거버넌스의 민주화 등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를 알리는 교육과 탈성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정의로운 전환》 《기후위기와 탈핵》(공저) 《안토니오 그람시:옥중수고와 혁명의 순교자》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대안》(공역) 《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 《국가를 되찾자》 《GDP의 정치학》 등이 있다.